"좋아하는 것을, 자기 방식으로"
vol.75 남해에서 취향을 일로 만드는 새로운 사람들
좋아하는 것이 있다고 해서 모두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음악을 좋아한다고 LP바를 열고, 식물을 좋아한다고 작업실을 만드는 사람은 많지 않다. 좋아하는 마음이 실제 일이 되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고민과 용기가 필요하다.
남해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자기 방식으로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다를 바라보며 음악을 듣는 시간을 공간으로 만든 부부가 있고, 식물을 통해 얻은 경험을 작업실에 담은 사람이 있다. 남해 유자를 공부하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시작한 사람, 오래전부터 꿈꿔온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남해로 돌아와 매일 비누를 연구하는 사람도 있다.
심심심레코즈, 헤비메탈플라워, 에디트팜, 로아퓨어. 만드는 것은 모두 다르지만 네 사람의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미 정해진 방식을 따르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을 오래 들여다보고, 그것을 하나씩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남해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잔잔한 바다는 음악을 듣는 공간이 되고, 자연과 가까운 생활은 식물을 바라보는 시선을 넓힌다. 남해의 유자와 지역에서 자란 원료는 새로운 제품과 브랜드를 만드는 시작점이 된다.
이번 호에서는 좋아하는 마음에서 시작해 자신만의 일을 만들어가고 있는 네 사람을 만났다. 아직 완성된 이야기는 아니다. 공간도 브랜드도 계속 변하고 있고, 새로운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 이들의 이야기가 더 흥미롭다.
누군가에게 남해는 여행하는 곳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오래 마음에 품었던 일을 시작해보는 곳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것을 오래 들여다보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것이 자신의 일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니까.
* 남해로ON 뉴스레터는 남해의 사람과 공간, 그리고 이곳에서 새롭게 써 내려가는 여행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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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여행지에 가면 더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려 한다. 반대로 정규현, 정지희 부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좋아한다. 집에 가만히 누워 영화와 시리즈를 보고, 각자 좋아하는 취미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여행을 떠나서도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다니기보다 조용히 머무는 시간이 잘 맞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남해의 바다 앞에 ‘심심심레코즈’를 열었다. 음악을 듣고, 술을 마시고, 창밖의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는 리스닝 바다. 이곳에서는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잠시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음악과 풍경 사이에 가만히 머무는 것이 이곳을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이다. 어쩌면 심심심레코즈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좋아했던 두 사람이 자신들이 가장 잘 쉬는 방법을 하나의 공간으로 만든 곳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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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 오기 전 저희는 각자 다른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문화콘텐츠 프로덕션에서 일했고, 한 사람은 발달장애와 관련된 심리·인지치료 일을 했습니다. 둘 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언젠가는 일을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떠나자는 이야기를 자주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계획했던 여행을 떠나기 어려워졌습니다. 생각해보니 둘 다 내향적인 성격이라 여행을 떠난다고 해서 꼭 무언가를 얻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결국 세계여행 계획은 자연스럽게 접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원래부터 무언가를 끊임없이 하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집에 누워 있는 것도 좋아하고, 영화나 시리즈를 보거나 보드게임, 주짓수처럼 각자 좋아하는 취미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친구를 만나러 자주 나가는 성격도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한량 같기도 하고, 게으르기도 한 평범한 부부입니다.
그런 저희가 2020년부터 남해에서 살기 시작했고, 지금은 함께 심심심레코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금의 공간 역시 저희가 좋아하는 삶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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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꼭 리스닝 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닙니다. 남해에서 살다 보니 ‘이쯤 됐으니 우리도 뭔가 장사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드게임을 좋아하니 보드게임방을 해볼까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다른 지역에서 경험했던 LP바가 떠올랐습니다. 서울에서도 여러 LP바를 가봤지만,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제주에서 만난 공간이었습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음악을 들으며 가만히 앉아 사색할 수 있다는 경험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왜 남해에는 이런 공간이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음악을 좋아했던 것도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저희는 음악이 사람의 기억을 불러오는 힘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노래를 들으면 그 음악을 듣던 시절이 떠오르고, 그때 만났던 사람이나 장면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실제로 심심심레코즈에 온 지인 한 분은 음악을 듣다가 예전 여자친구가 생각난다며 이곳을 ‘위험한 공간’이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저희가 만들고 싶었던 것도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음악만 집중해서 듣는 공간이라기보다 음악을 매개로 잠시 생각에 잠기고, 책을 펼치거나 바다를 바라보는 곳.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가장 편안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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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심이라는 이름처럼 편하게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심심심’은 사실 저희가 새롭게 만들어낸 단어가 아닙니다. 좋아하던 브라질 뮤지션의 앨범 제목에서 가져온 이름입니다. 처음 이야기를 꺼냈을 때는 한 사람이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이름도 정말 많이 고민했지만 결국 돌고 돌아 다시 ‘심심심’으로 돌아왔습니다.
공간의 이름에 너무 거창한 의미를 담고 싶지 않았던 것도 이유였습니다. 저희가 만드는 공간까지 지나치게 진지해지는 것은 원하지 않았습니다. 조금 가볍고, 듣자마자 기억할 수 있는 이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이름을 알아보던 중 포르투갈어로 ‘sim’이 ‘YES’라는 의미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그런 뜻을 계산해서 정한 것은 아니지만, 좋아했던 앨범에서 시작한 이름에 좋은 의미까지 자연스럽게 따라온 셈입니다.
생각해보면 심심하다는 말도 저희와 꽤 잘 어울립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좋아하는 저희가 만든 공간에서 누군가는 음악을 듣고, 누군가는 바다를 보고, 또 누군가는 가만히 생각에 잠깁니다. 꼭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점에서는 지금의 심심심레코즈와 제법 잘 어울리는 이름이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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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바를 해보자고 결정한 뒤에도 실제로 공간을 열기까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걸 해서 먹고살 수 있을까’라는 현실적인 걱정도 있었고, 남해에서 마음에 드는 공간을 찾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준비하다 보니 생각만 이어지는 시간도 길었습니다.
처음 상상했던 심심심레코즈는 지금과 조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오래된 건물에 빈티지한 분위기가 있고, 바다와 가까워 휴양지 같은 느낌이 나는 공간을 원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선택한 곳은 비교적 새로운 건물이었고, 건물이 가진 분위기에 맞춰 지금의 아메리칸 빈티지 스타일로 방향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모습은 달라졌지만 끝까지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은 창밖의 바다였습니다. 이곳이 음악을 아주 진지하게 감상해야 하는 곳이 아니라, 음악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바다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공간 안의 소음에도 꽤 민감합니다. 커피 머신에서 발생하는 소리까지 고민해 커피를 판매하지 않고, 손님들에게도 필요한 경우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부탁드립니다. 음악이 공간을 채우고 그 사이로 바다가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분위기만큼은 오래 지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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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남해를 처음부터 정답처럼 선택했던 것은 아닙니다. 결혼한 뒤 한 사람은 포항에서 해군 장교로 근무했고, 한동안 주말부부로 지냈습니다. 둘 다 출근과 일에 지쳐 있던 어느 날 며칠 동안 캠핑을 떠났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자연 속을 달리다가 문득 이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우리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할까.’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수도권에서 살아가는 것만이 꼭 정답인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미 군 생활 중 사천으로 출장을 다니며 남해를 알고 있었지만, 처음부터 반드시 남해에 살아야겠다고 정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온라인에서 남해의 집을 발견했습니다. 내향적인 저희 성격상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며 집을 알아보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마침 마음에 드는 매물이 나타났습니다. 이것도 인연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남해에서의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살아보니 남해는 무엇보다 자연이 아름답고 바다가 잔잔한 곳이었습니다. 심심심레코즈를 운영하면서는 이전보다 더 자주 바다를 바라보게 됩니다. 때로는 바다인지 호수인지 헷갈릴 만큼 고요한 날도 있습니다. 이런 풍경을 보고 있으면 복잡했던 마음도 조금씩 가라앉습니다. 저희가 남해에서 느꼈던 그 시간을 다른 사람들도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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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공간을 열었을 때는 기대보다 걱정이 훨씬 컸습니다. 둘 다 자영업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사람이 정말 올까’라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가게를 준비할 때는 잘 느끼지 못했던 비용도 문을 열고 나니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한 팀이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신기했습니다. 손님들이 공간을 둘러보고 소품을 구경하며 재미있어하는 모습도 마냥 좋았습니다. 다른 가게에서는 손님이 빠르게 순환하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지만, 저희는 오히려 손님이 일찍 일어나면 ‘왜 벌써 가시지, 혹시 불편하셨나’ 하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손님들에게 듣고 싶은 음악을 적을 수 있는 종이도 건넵니다. 심심심레코즈에 있는 LP와 CD뿐 아니라 공간의 분위기와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면 음원으로도 들려드립니다. 인디와 재즈, 보사노바, 올드팝과 대중음악까지 저희가 좋아해 수집한 음악을 중심으로 빠른 곡과 느린 곡을 섞어가며 틉니다. 물론 그때 저희가 푹 빠져 있는 음악이 있다면 유난히 자주 나오기도 합니다.
머물다 편지를 남기고 가는 분들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저희가 좋아서 만든 공간이었지만, 누군가가 이곳에서 자신의 시간을 보내고 그 기억을 남겨주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심심심레코즈가 저희 둘만의 공간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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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공간에서 잘 쉬었다는 말이면 충분합니다
심심심레코즈는 아직 완성된 공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처음 상상했던 모습과 지금의 모습도 많이 다르고, 앞으로 운영하면서 계속 달라질 것 같습니다. 언젠가 공간을 옮기게 된다면 처음 꿈꿨던 오래된 건물과 빈티지한 분위기를 다시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래도 이 공간에서 하고 싶은 일은 처음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음악을 듣고, 술 한잔을 마시고, 잠시 휴대전화를 내려놓은 채 바다를 바라보는 것. 여행 중에도 꼭 무언가를 찾아다니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편하게 보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누군가는 좋은 음악을 하나 발견하고 돌아가도 좋고, 누군가는 잊고 있던 기억 하나를 떠올려도 좋습니다. 그저 창밖의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다 아무 생각 없이 쉬었다 가는 것도 좋습니다.
저희에게는 거창한 목표보다 그런 기억이면 충분합니다. ‘좋은 공간에서 잘 쉬었다’, ‘좋은 음악을 들었다’, ‘남해 여행에서 기억에 남을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면 심심심레코즈는 그것만으로도 대성공입니다.
image ⓒ 남해로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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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메탈’과 ‘플라워’. 얼핏 보면 잘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지만 김보라 대표에게는 오히려 그 어색한 조합이 재미있었다. 반듯하고 예상 가능한 것보다 조금 엉뚱하고 의외의 매력을 좋아하는 사람. 그렇게 떠올린 이름은 지금 그녀가 하는 일과 취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 되었다.
남해 서상항을 바라보는 헤비메탈플라워에는 김보라 대표가 좋아하는 것들이 하나씩 모여 있다. 가지가 자유롭게 뻗은 식물, 식물에서 시작된 작은 소품, 아침이면 공간 안으로 들어오는 자연광까지. 이곳은 식물을 사고 나가는 가게라기보다 평소 모르던 식물을 발견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잠시 목적 없이 머물다 갈 수 있는 작업실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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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하는 일이 저를 소개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저는 헤비메탈플라워를 운영하는 김보라입니다. 요즘은 저를 소개할 때 이름이나 나이보다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헤비메탈플라워에서 제가 하고 있는 일이 결국 저를 설명하는 일이 된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오랫동안 미술학원을 운영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잘 맞았고 제 천직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를 겪으면서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어도 장소와 사람, 외부 상황에 따라 제 의지와 상관없이 멈출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때부터 장소나 상황에 조금 덜 구애받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마침 그 시기에 식물을 가까이하며 위로받는 경험을 했고, 이전부터 공부해왔던 상담심리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습니다. 식물을 만지고 관찰하며 제가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나눠보면 좋겠다는 마음이 지금의 일로 이어졌습니다.
현재는 식물을 직접 식재해 온·오프라인으로 판매하고, 식물을 모티브로 한 굿즈도 만들고 있습니다. 창업과 관련된 강의를 하기도 합니다. 거창한 일을 한다기보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꺼내놓고 만들어보는 소꿉장난 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image ⓒ 남해로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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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통해 다시 힘을 얻는 경험을 했습니다
정확히 언제부터 식물을 좋아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오래전부터 꽃을 좋아했습니다. 대학생 때도 누군가에게 꽃을 선물하는 것을 좋아했고, 자연스럽게 제 주변에는 늘 꽃과 식물이 있었습니다.
식물을 좋아하는 마음이 지금의 일로 이어진 결정적인 시기는 코로나 때였습니다. 오랫동안 운영했던 미술학원을 제 의지와 상관없이 제대로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을 겪으면서 다른 일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장소와 사람에 조금 덜 구애받으면서도 제가 좋아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했습니다.
그 시기에 저 역시 식물을 통해 위로받는 경험을 했습니다. 한동안 평생교육원에서 상담심리를 공부했던 경험도 있었기 때문에 식물을 만지고 관찰하는 일이 사람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습니다.
아버지가 취미로 밭농사를 지으시는데 흙을 만질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저 역시 흙을 만지고 자연적인 소재를 관찰하는 과정에는 사람을 다시 일어서게 하고 힘을 주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식물을 통해 경험했던 작은 변화들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하고 싶었던 것이 헤비메탈플라워의 시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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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메탈은 의외의 것을 좋아하는 제 취향입니다
‘헤비메탈플라워’라는 이름은 제가 헤비메탈 음악을 좋아해서 지은 것은 아닙니다. 예전부터 언젠가 꽃집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어느 날 문득 ‘꽃집을 한다면 헤비메탈 플라워 같은 이름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원래 의외의 조합에서 발견되는 재미를 좋아합니다.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가지가 만났을 때 예상하지 못했던 매력이 생기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헤비메탈플라워라는 이름도 거창한 의미보다는 그런 제 취향이 담긴 일종의 언어유희에 가깝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식물도 비슷합니다. 반듯하고 정돈된 것보다는 가지가 자유롭게 뻗어 나가거나 조금 산발적인 모습에서 매력을 느낍니다. 어떻게 보면 헤비메탈이라는 이름과 제가 좋아하는 식물의 모습도 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공간 역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예상했던 것과 조금 다른 것을 발견하는 곳, 식물을 사러 들어왔다가 생각보다 오래 머물고 나가는 곳. 처음 들어왔을 때의 목적과 나갈 때의 기억이 조금 달라지는 공간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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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서 왜 식물을 좋아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처음부터 남해를 정해놓고 내려온 것은 아닙니다. 다만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빌딩과 아스팔트 사이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결혼하면서부터 조금 더 자연과 가까운 시골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남편이 남해를 이야기했습니다.
남해에 대한 기억도 이미 있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결혼하면서 해외로 신혼여행을 가지 못해 거제와 통영, 여수, 남해를 여행했습니다. 그때 만난 남해의 마을과 자연이 꽤 강한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실제로 이곳에서 살아보니 생활의 속도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오랫동안 익숙했던 생활 패턴이 한순간에 바뀌지는 않았고, 남해의 생활에 적응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1년 넘게 지내고 있는 지금은 처음보다 훨씬 편안하게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식물을 바라보는 방식도 조금 넓어졌습니다. 도시에서는 주로 실내식물을 다뤘다면 남해에서는 집의 야외 정원을 통해 식물이 자연 속에서 어떻게 자라고 또 어떻게 죽는지를 가까이에서 보게 됐습니다. 어떻게 관리해야 더 잘 자랄 수 있는지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실외 식물과 정원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바쁘게 일할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나는 왜 식물을 좋아했을까’라는 질문을 다시 해볼 수 있게 됐습니다. 남해에서의 생활은 새로운 취향을 만들어줬다기보다 제가 원래 좋아했던 것을 조금 더 천천히 들여다보게 해준 시간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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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분들도 이곳에서는 여행자가 되었으면 합니다
헤비메탈플라워를 저는 ‘여행자를 위한 식물 작업실’이라고 소개합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여행자는 꼭 남해를 찾아온 관광객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여행을 하면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을 풍경도 유난히 아름답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늘 보던 나무나 골목도 여행지에서는 한 번 더 바라보게 됩니다. 결국 같은 것을 보고 있어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조금 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남해에 사는 분들도 헤비메탈플라워에 들어오는 순간만큼은 여행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보는 식물을 발견하고, 평소라면 궁금해하지 않았을 이름을 물어보고, 별다른 목적 없이 천천히 공간을 둘러보는 것입니다.
가게에 들어갈 때는 대부분 목적이 있습니다. 필요한 물건을 사고, 보고, 목적을 달성하면 나갑니다. 저는 이곳에서는 그런 목적과 시간이 조금 모호해졌으면 합니다.
‘이거 주세요’라고 말하고 끝나는 것보다 어떤 식물이 필요한지, 왜 키우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저는 더 재미있습니다. 식물을 가운데 두고 자연스럽게 스몰토크를 나누고, 그 과정에서 평소 모르던 식물을 하나 발견하는 것까지 헤비메탈플라워에서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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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게 자라는 식물보다 자유롭게 뻗은 식물을 좋아합니다
사람마다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식물의 모습이 다릅니다. 곧고 반듯하게 자란 나무를 좋아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가지가 여러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 조금은 산발적인 모습의 식물을 좋아합니다.
특히 다른 나무나 바위 등에 붙어 살아가는 착생식물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 식물을 보고 있으면 사람과 닮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혼자 꼿꼿하게 살아가는 식물도 있지만, 어떤 식물은 다른 존재와 관계를 맺고 주변에 기대면서 함께 살아갑니다.
저에게는 그런 모습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정돈되고 완벽한 모습보다 각자의 방식대로 뻗어나가는 식물에서 재미를 발견합니다. 어떻게 보면 제가 생각하는 ‘헤비메탈’다운 식물도 이런 모습에 가깝습니다. 작업실에 있는 소품들도 대부분 식물에서 시작합니다. 동전지갑처럼 사용할 수 있지만 씨앗을 채종할 때도 쓸 수 있는 물건이 있고, 화분 커버와 엽서, 티셔츠처럼 제가 좋아하는 식물과 이미지에서 파생된 것들도 있습니다.
다만 소품 자체를 많이 만드는 것이 목표는 아닙니다. 언젠가 정원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곳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작은 도구를 만드는 것에 가깝습니다. 결국 제가 보여주고 싶은 것도 하나의 물건보다는 식물을 통해 이어지는 경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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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작업실 자체가 하나의 정원이 되었으면 합니다
제가 헤비메탈플라워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아침입니다. 아침에 문을 열면 별도의 조명을 켜지 않아도 자연광이 공간 안으로 은은하게 들어옵니다. 식물과 화분 위로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는 자연광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해에서 자연을 가까이 두고 살아가면서 앞으로 만들고 싶은 작업실의 모습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처음 남해에서 작업실을 만들겠다고 생각했을 때 그렸던 모습과 지금의 헤비메탈플라워도 많이 다릅니다. 앞으로는 조금 더 작고 전원적이며 편하게 운영할 수 있는 작업실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남해의 여러 정원을 보면서 언젠가는 제가 운영하는 공간 자체가 하나의 정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직접 식물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실내식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알아보고 직접 식재해보는 체험부터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 어떤 방식으로 정기적으로 이어갈지는 고민하고 있지만, 경험을 전하는 가게라면 직접 식물을 만져보는 시간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먼 미래에는 제가 만든 정원에서 그런 시간을 함께 보내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식물 하나를 구입하고 끝나는 곳이 아니라 그 식물을 계기로 자연을 조금 더 자세히 바라보고, 자신의 공간에 작은 정원 하나를 상상하게 되는 곳. 헤비메탈플라워가 그런 경험의 시작이 되는 작업실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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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유자 농사를 짓고 싶었다. 남해를 오가며 귀농을 생각했고, 교육을 받으며 어떤 작물을 키울지 고민하다 유자를 만났다. 그런데 막상 유자를 알아보기 시작하니 농사만 보이지 않았다. 누가 유자를 기르는지, 어디에서 가공하는지, 어떻게 팔리는지, 그리고 새로운 사람이 이 과정에 들어오려면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까지 궁금해졌다.
그 고민에서 시작된 브랜드가 ‘에디트팜’이다. 지금 당장 직접 농사를 짓는 대신 남해 유자를 사람들이 조금 더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제품과 공간, 콘텐츠를 먼저 만들고 있다. 첫 번째 편집은 건더기 없이 깔끔하게 즐기는 저당 유자 시럽이다. 앞으로는 쇼룸에서 유자와 스페셜티 커피를 함께 경험하고, 그 뒤에 있는 농부와 농업의 이야기까지 만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제품에서 유자로, 유자에서 농업으로. 에디트팜이 만들고 싶은 것은 어쩌면 그 관심의 연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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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를 오가다 농업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저는 원래 농업과 가까운 삶을 살았던 사람은 아닙니다. 오랫동안 회사생활을 했고, 남해 설천에 작은 집을 지은 뒤에도 약 4년 동안 도시와 남해를 오가는 생활을 했습니다. 평일에는 도시에서 생활하고 주말이면 남해에 내려오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제가 좋아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을 조금 더 가까이 두고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해에서 보내는 시간을 더 이상 일주일의 일부로만 남겨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귀농을 결심했고 남해군의 귀농귀촌 교육을 받으며 농업을 하나씩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작물을 키울 수 있을지 알아보는 과정에서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이 남해 유자였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단순했습니다. 남해에서 살아가면서 유자 농사를 지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유자를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농사만 배워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image ⓒ 남해로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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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알아보다 유자를 둘러싼 아이템이 생각났습니다
남해는 유자로 잘 알려진 지역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유자 농사를 시작하기 위한 정보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알아보기 시작하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사람이 유자를 배우고 싶을 때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떤 농가를 만나야 하는지, 수확한 유자를 어떻게 가공하고 판매할 수 있는지 하나씩 알아가야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농사 너머의 과정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남해의 유자 산업 역시 예전보다 조금씩 작아지고 있었습니다. 좋은 유자를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유자를 사람들이 계속 찾고 소비하게 만드는 일 역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순서를 조금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당장 농사를 시작하는 대신 먼저 사람들이 남해 유자를 알고, 먹고, 경험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제품과 브랜드를 만들고, 유자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과 콘텐츠를 쌓은 뒤 그 기반 위에서 저 역시 직접 유자 농업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에디트팜은 그렇게 농사를 짓기 위한 고민에서 시작해, 남해 유자와 사람을 연결하는 브랜드로 방향을 넓혀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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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을 골라 더 좋은 방식으로 다듬고 싶었습니다
‘에디트(Edit)’라는 말에는 넘쳐나는 것들 사이에서 가치 있는 것을 골라내고 더 좋은 방식으로 다듬는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에디트팜 역시 단순히 남해 유자로 제품 하나를 만들어 판매하는 브랜드로 끝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브랜드가 해야 할 일을 GROW, MAKE, RECORD라는 세 가지 방향으로 정리했습니다. 좋은 유자와 농업을 알아가고, 그것을 일상에서 조금 더 쉽게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고, 그 과정에 있는 농장과 농부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입니다.
농부에게는 좋은 유자를 기르는 전문성이 있고, 제조사에는 그것을 제품으로 만드는 기술이 있습니다. 지금의 에디트팜은 그 사이에서 어떤 유자를 선택하고 어떤 맛과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 것인지 기준을 세우고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첫 제품인 유자 시럽 역시 한 번에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여러 차례 샘플을 테스트하고 수정하면서 지금의 방향을 잡았습니다. 앞으로는 직접 유자 농업에도 들어가고 지역 농가와의 원물 계약, 착즙과 제조까지 연결하면서 생산 과정에 조금씩 더 깊이 참여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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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편집은 조금 더 가벼운 유자입니다
유자를 알아갈수록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향과 활용성이었습니다. 익숙한 농산물이지만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차나 음료부터 음식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도 유자를 조금 더 쉽고 가볍게 경험했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에디트팜의 첫 번째 제품은 익숙한 유자청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건더기를 없애고 당도를 낮춰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저당 유자 시럽입니다. 탄산수나 차에 넣는 것뿐 아니라 커피나 여러 음료와도 자연스럽게 조합할 수 있도록 활용성을 넓히고 싶었습니다.
유자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새로운 방식이 되고, 유자를 자주 먹지 않았던 사람에게는 부담 없이 처음 경험하는 제품이 되었으면 합니다. 에디트팜의 유자 시럽이 젊은 사람들이 남해 유자를 만나는 쉬운 입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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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의 만들면서 농업의 과정도 함께 기록합니다
제가 처음 남해 유자를 알아볼 때 가장 어려웠던 것 중 하나가 정보를 찾는 일이었습니다. 궁금한 것은 많았지만 작은 정보 하나를 얻기 위해서도 여러 곳을 찾아봐야 했습니다. 그래서 에디트팜에서는 제품을 만드는 것만큼 기록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유자를 기르는 사람은 누구인지, 농장에서는 계절마다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하나의 유자가 어떻게 제품이 되는지 하나씩 기록하려고 합니다.
지금은 하나의 콘텐츠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해마다 기록이 쌓인다면 몇 년 뒤에는 남해 유자를 이해할 수 있는 작은 아카이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앞으로 직접 농사를 시작하게 된다면 처음 농사를 배우고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까지 남겨보고 싶습니다.
언젠가 저처럼 남해에서 살아보고 싶거나 유자 농사를 지어보고 싶은 사람이 나타났을 때 그 기록을 보고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제가 처음 유자를 알아보며 필요했던 정보들을 다음 사람에게는 조금 더 쉽게 건네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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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의 향과 맛을 직접 경험하는 공간을 준비중 입니다
온라인에서는 제품의 모양과 정보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자의 향이 어떤지, 어떤 음료와 만났을 때 맛이 어떻게 달라지는지까지 전달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에디트팜의 쇼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유자 시럽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매장보다는 제가 생각하는 남해 유자의 다양한 가능성을 직접 맛보고 경험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고 공부해온 스페셜티 커피도 그중 하나입니다. 유자와 커피를 조합한 음료를 비롯해 에디트팜의 시럽을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쇼룸을 찾은 사람이 음료 한 잔을 마시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안에 들어간 유자가 궁금해졌으면 합니다. 어떤 유자를 사용했는지, 남해에서는 어떻게 유자를 키우는지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이어지는 공간. 카페라기보다 에디트팜이 생각하는 남해 유자를 직접 경험하는 작은 쇼룸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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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로 건겅한 일상을 편집하고 싶습니다
에디트팜에서는 ‘유자로 건강한 일상을 편집합니다’라는 문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건강은 단순히 당이 적은 제품을 먹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저에게 건강한 일상은 조금 더 좋은 재료를 선택하고, 내가 먹는 것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공간을 가까이 두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제가 오랫동안 도시와 남해를 오가다 결국 이곳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이유도 그런 삶을 원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에디트팜이 말하는 ‘편집’도 새로운 것을 무조건 더하는 일은 아닙니다. 이미 남해에 있는 좋은 유자를 발견하고, 그 가치를 지금의 생활에 맞는 방식으로 다듬어 다시 소개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저당 유자 시럽은 그 첫 번째 편집입니다. 앞으로도 남해 유자를 조금 더 깊이 알아가면서 지금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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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서 유자가 궁금하면 찾아오는 곳이 되고 싶습니다
당분간은 다른 농산물로 빠르게 넓혀가기보다 유자 하나를 더 깊게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청유자와 황유자부터 음료와 소스, 유자 간장, 유자 코쇼까지 유자 하나만으로도 아직 해보지 못한 일이 많습니다.
언젠가는 남해에서 유자를 주제로 한 축제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유자가 익는 계절이 되면 사람들이 남해를 찾아 농장을 둘러보고, 유자를 기르는 사람을 만나고, 유자로 만든 음식과 음료를 함께 즐기는 것입니다. 남해 유자가 하나의 특산물을 넘어 여행의 이유가 되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혼자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닙니다. 귀농을 준비하며 남해군의 귀농귀촌 교육을 통해 도움을 받았고, 에디트팜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는 남해관광문화재단의 초기창업자 멘토링과 특화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에디트팜도 다음 사람에게 그런 연결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제품을 통해 유자를 알게 되고, 유자를 통해 농업을 바라보고, 그 관심이 다시 남해라는 지역으로 이어지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가장 먼저는 ‘남해 유자 하면 에디트팜’이라고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흐른 뒤에는 누군가 남해에서 유자에 대해 궁금해할 때 자연스럽게 이런 이야기가 나왔으면 합니다.
“남해에서 유자가 궁금하면 에디트팜에 한번 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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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안화
"예쁜 인테리어와 빙수가 맛있는 카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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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기계를 예열한다. 씻고 밥을 먹은 뒤 다시 작업실로 돌아와 원료를 배합하고, 상태를 확인하고, 결과를 기록한다. 하나의 비누를 만드는 데 몇 시간이 걸려도 서두르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배합하고 다시 시험한다. 지금 로아퓨어 대표의 하루는 거의 온전히 비누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처음부터 비누를 만들던 사람은 아니었다. 회사에서는 의류 물류 관련 일을 했고, 해외 전시회를 오가며 여러 산업을 경험했다. 창업 자금을 모으기 위해 옷을 팔고, 서비스업과 대리운전, 식당 설거지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모은 돈과 오랫동안 품어온 ‘내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안고 남해로 돌아왔다. 자신이 직접 만든 제품에 자신의 철학을 담아, 오래 꿈꿔온 브랜드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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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제 브랜드를 론칭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원래는 평범하게 회사에 다니던 사람이었습니다. 의류와 관련된 물류 업무를 했고, 대학 시절에는 GTEP 활동을 통해 해외 전시회에도 자주 참여했습니다. 일본과 태국, 중국, 베트남 등 여러 나라를 다녔는데 당시 대부분 뷰티 산업과 관련된 전시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K-뷰티가 해외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봤습니다. 자연스럽게 뷰티 산업에 관심이 생겼고,
언젠가는 저도 제 이름을 건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사실 창업에 대한 생각은 대학생 때부터 있었습니다. 학창 시절 관상어를 키워 직접 판매해본 적이 있었는데 그 과정이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내가 무언가를 만들거나 준비해서 누군가에게 판매하고, 그 사람이 만족하는 경험 자체가 좋았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창업 준비를 계속했습니다. 제품과 시장을 공부하며 돈도 모았습니다. 동남아시아 시장에 옷을 판매해보기도 했고, 서비스업이나 대리운전, 식당 설거지처럼 할 수 있는 일은 다양하게 해봤습니다. 그만큼 제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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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제품으로 제 브랜드의 팬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처음부터 비누 브랜드를 계획했던 것은 아닙니다. 원래는 화장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다만 전공자가 아니었고 제품 개발부터 제조과 각종 절차까지 현실적으로 배워야 할 것이 많았습니다. 화장품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공부하던 중, 제가 깊이 연구하고 제품화에 도전할 수 있는 품목으로 비누를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시작할 수 있는 제품부터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비누를 선택했습니다. 비누 역시 단순한 제품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직접 만들어보니 배합과 원료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제품이었습니다.
제가 만들고 싶은 브랜드의 기준은 처음부터 분명했습니다. 진정으로 정직하게 만든 제품을 통해 누군가가 브랜드의 팬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단순히 한 번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이 제품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대체하기 어려운 제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을 이름에도 담았습니다. ‘로아퓨어’에는 진실되고 정직하게 만들자는 의미와 좋은 원료를 바탕으로 순수한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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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가 제 브랜드와 가장 잘 맞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남해는 낯선 지역이 아닙니다. 원래 부산에서 왔지만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창 시절을 남해에서 보냈습니다. 이후 경주에서 대학을 다니고 직장생활도 했지만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고 생각했을 때 다시 남해를 떠올렸습니다.
무언가를 만들어보려면 남해가 제게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유자와 치자, 비자처럼 이곳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역 자원이 다양했기 때문입니다. 지역에서 자란 원료를 가지고 제 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남해에 오기 전 경주에서도 지역 기념품 공모전을 통해 제품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습니다. 선정도 되고 반응도 좋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제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남해에서는 조금 더 제가 원하는 기준에 맞는 제품을 제대로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2026년 봄부터 본격적으로 로아퓨어를 시작했고 가장 먼저 남해 유자를 활용한 비누를 선보였습니다. 이후 치자처럼 다른 남해의 자원도 하나씩 제품에 적용해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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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비누를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연구였습니다.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 하나를 알아내기 위해 직접 시험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원료를 바꾸고 배합을 달리해보면서 수없이 실패했습니다. 결과가 좋지 않아 제품으로 사용할 수 없는 비누가 계속 생겼고, 많은 원료를 그대로 버려야 했습니다. 판매하지도 못하고 폐기되는 모습을 보면 아깝다는 생각도 컸습니다.
혼자 시작했다는 점도 쉽지 않았습니다. 제품을 연구하고 판단하는 과정 대부분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외롭게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유자와 치자를 활용한 비누가 하나씩 만족할 만한 결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면 오히려 다음 욕심이 생겼습니다. 이미 좋은 제품이라고 이야기해주는 분들이 있어도 제조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 계속 보였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같은 제품을 가지고 배합을 바꾸고 기록하며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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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비누를 만들면서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아주 기본적인 것들입니다. 단단해야 하고, 거품이 충분히 나야 하고, 잘 씻겨야 하고, 사용하는 동안 향도 만족스러워야 합니다.
말로 들으면 단순한 기준이지만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를 가지고 이 조건들을 맞추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어떤 원료를 얼마나 배합하는지에 따라 단단함도, 거품도, 세정력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검수된 원료를 사용하고 필요한 허가를 받으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품질 관리 과정도 기록해 누가 사용하더라도 문제가 없도록 만드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결국 그 기준은 로아퓨어의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공자가 아니라는 점이 오히려 저를 더 많이 시도하게 만든 것 같기도 합니다. 모르면 직접 해보고, 실패하면 다시 기록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결과를 다음 제품에 반영합니다. 빠르게 만드는 것보다 제대로 만드는 것이 먼저라는 기준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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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서 난 재료가 제품에 이유가 되었으면 합니다
유자와 치자를 제품에 사용하는 것도 단순히 남해 특산물을 넣었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아닙니다. 실제로 원료를 사용하면서 제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여러 유자 원료를 비교해보면서 남해 유자가 가진 특징도 직접 경험했습니다. 작업할 때 잘 풀리고 입자가 곱게 느껴지는 점이나 향에서 오는 장점처럼 제품을 만드는 입장에서 매력적인 부분이 있었습니다.
저는 지역에서 사업을 한다면 그 지역에서 난 것이 제 제품에도 실제로 좋은 영향을 줬으면 합니다. 남해에서 자란 유자를 사용하고 그 원료가 제품의 품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그것 자체가 제가 남해에서 사업을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비누를 시작으로 주방세제 같은 생활 제품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남해의 자원을 억지로 붙이는 것이 아니라 제품에 필요하고 잘 어울리는 방식으로 하나씩 연결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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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는 생각보다 경우의 수가 많은 제품입니다. 같은 원료를 사용해도 배합이 조금만 달라지면 결과가 달라지고, 새로운 첨가물이 들어가면 다시 처음부터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서 원료를 다양하게 조합해보고 어떤 배합에서 형태가 무너지거나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지 모두 기록합니다. 그렇게 하나씩 경우의 수를 줄여가며 최종적인 제품을 만들어갑니다.
저에게는 제품을 얼마나 빨리 만드는지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 개의 비누를 만드는 데 몇 시간이 걸리든, 제대로 된 결과를 얻기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하든 제가 만족할 수 있는 기준에 도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앞으로는 피부 타입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제품군도 조금씩 늘리고 싶습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제조 공간도 확장해 세제류까지 제품을 넓히고, 이후에는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화장품에도 도전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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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서 오래 기억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의 로아퓨어는 비누에서 출발했지만 제가 만들고 싶은 것은 결국 하나의 브랜드입니다. 제품 하나를 판매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원료를 고르고, 어떻게 연구하고, 왜 이 지역에서 제품을 만드는지까지 모두 연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지금의 공간도 조금씩 확장하고 싶습니다. 제조 공간에서는 더 다양한 제품을 연구하고, 다른 공간에는 로아퓨어가 가진 정체성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공간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사용하는 사람이 만족하고 다시 찾는 것, 그리고 시간이 지나 ‘이 제품 아니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지금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여러 일을 하며 자본을 모으던 시간부터 남해로 돌아와 하루 대부분을 비누와 함께 보내는 지금까지, 결국 제가 계속 붙잡고 있는 것은 하나입니다. 정직한 제품을 제대로 만들고, 그 제품을 좋아해주는 사람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것. 로아퓨어는 지금 그 기준을 쌓아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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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람은 서로 다른 것을 좋아하고,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음악과 바다를 하나의 공간에 담았고, 누군가는 식물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만들었다. 또 누군가는 남해 유자의 가능성을 브랜드로 풀어내고 있었고, 누군가는 지역의 원료를 활용해 자신만의 제품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좋아하는 것을 일로 만든다는 것이 단순히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공간 하나를 열기까지 오래 고민하고, 마음에 드는 제품 하나를 위해 수없이 다시 만들기도 한다. 좋아하는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그것을 오래 이어가기 위해서는 결국 자신만의 기준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네 사람에게 남해는 그 일을 시작하고 이어가는 배경이 되어주고 있었다. 바다와 자연은 공간의 분위기가 되고, 유자와 치자 같은 지역의 자원은 새로운 제품의 재료가 된다. 같은 남해에서도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일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여행에서도 비슷한 발견을 할 수 있다. 누군가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식물을 바라보고, 남해에서 만든 제품을 경험하다 보면 평소에는 몰랐던 자신의 취향 하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번 이야기가 남해에서 자신만의 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넘어, 내가 오래 좋아해온 것은 무엇인지 한번 떠올려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어쩌면 새로운 시작은 거창한 계획보다 좋아하는 것을 조금 더 오래 들여다보는 일에서 시작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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