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움직이는 사람들"
vol.69 생활체육이 만드는 남해의 일상
남해에는 유난히 몸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다. 아침이면 체육관으로 향하는 어르신들이 있고, 저녁이면 운동복 차림으로 마을회관과 운동장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는 탁구 라켓을 들고, 누군가는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며, 또 누군가는 산길과 바닷길을 따라 달린다. 종목은 달라도 그 모습은 어느새 남해의 일상이 되었다.
생활체육은 기록을 위한 운동과는 조금 다르다. 더 빨리 달리거나 더 높은 순위를 목표로 하기보다, 건강하게 하루를 보내고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나누는 데 더 가깝다. 그래서 남해의 생활체육은 운동을 넘어 하나의 지역 문화처럼 자리 잡고 있다. 체육관은 운동하는 공간이면서 사람을 만나는 공간이 되고, 동호회는 취미를 넘어 마을의 새로운 공동체가 되기도 한다.
이번 호에서는 각자의 방식으로 몸을 움직이며 살아가는 네 사람을 만났다. 탁구를 통해 세대를 연결하는 조은재 지도자, 건강댄스로 군민들에게 활력을 전하는 임혜정 지도자, 산과 바다를 달리며 지역의 가능성을 찾는 허남혁 대표, 그리고 운동을 통해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운 김주현 씨까지. 서로 다른 이야기를 살아가고 있지만 이들의 삶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운동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삶을 조금 더 건강하고 단단하게 만드는 힘이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운동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누군가는 운동을 통해 자신을 믿게 된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운동을 통해 지역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 이번 이야기는 그렇게 몸을 움직이며 남해의 일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
* 남해로ON 뉴스레터는 남해의 사람과 공간, 그리고 이곳에서 새롭게 써내려 가는 여행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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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켓이 오가는 순간은 짧지만, 그 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담겨 있다. 누군가는 건강을 위해 탁구장을 찾고, 누군가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라켓을 잡는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모든 시간을 곁에서 지켜보며 함께 성장한다. 남해군체육회 탁구지도자 조은재 지도자는 그렇게 아이들의 첫 스윙부터 어르신들의 웃음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운동하는 시간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선수로 시작해 지도자가 되기까지 그의 삶에도 늘 탁구가 있었다. 경쟁과 훈련의 시간을 지나 이제는 누군가가 운동을 좋아하게 되는 순간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긴다. 남해 곳곳에서 생활체육이 사람들을 이어주고 있는 지금, 조은재 지도자의 이야기는 단순한 스포츠 이야기가 아니다. 운동이 지역의 활력이 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남해 생활체육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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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어머니를 따라 처음 탁구장에 갔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무렵이었는데, 공 하나를 주고받는 일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탁구와 함께 성장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비교적 늦게 시작한 편이었지만, 그만큼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탁구장 안에서 보냈고, 그 시간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선수 시절에는 늘 경쟁과 기록 속에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허리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전환점을 맞게 됐습니다. 대학 시절 선배의 권유로 탁구 강사를 시작했는데, 사람을 가르치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즐거웠습니다. 누군가를 이기는 것보다 누군가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기쁨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되었고, 2023년부터는 남해군체육회에서 군민들과 함께 탁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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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의 가장 큰 매력은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운동할 수 있는 종목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운동을 배우러 오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운동으로 시작한 인연이 친구가 되고, 모임이 되고, 삶의 활력이 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특히 오전 수업에는 은퇴하신 분들이 많이 찾아오십니다. “탁구 치는 날만 기다린다”, “요즘 사는 재미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습니다. 또 예전보다 실력이 늘었다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함께 즐거워집니다. 운동을 잘하는 사람을 만드는 것보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도 바로 그런 순간들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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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탁구를 가볍게 즐기는 운동 정도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생각보다 훨씬 복합적인 스포츠입니다. 공 하나를 주고받는 짧은 순간에도 순발력과 집중력, 감각과 기술이 모두 필요합니다. 같은 동작이라도 사람마다 습득하는 방식이 다르고, 상황에 따라 사용하는 기술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늘 새로운 지도 방식을 공부합니다. 제 방법만 고집하기보다 다른 지도자들의 수업 방식도 참고하고, 회원들에게 더 잘 맞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어려운 운동이지만 그만큼 배울 것이 많고, 오래 할수록 깊이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탁구의 또 다른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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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70대 이상 어르신들의 문의도 많이 들어옵니다. 생활체육이 활성화되면서 운동을 시작하려는 분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체감합니다. 그래서 저는 실력보다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체력과 몸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수업을 진행하려고 노력합니다.
탁구는 집중력 향상이나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운동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치지 않고 오래 즐기는 것입니다. 어깨 부상이나 낙상 사고를 예방하는 것도 지도자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오시는 분들께는 늘 “3개월만 참고 꾸준히 해보세요”라고 말씀드립니다. 어느 순간 공이 보이고, 재미가 생기고, 탁구장이 기다려지는 날이 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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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로 활동하면서 가장 많이 배우는 것도 결국 사람입니다. 같은 내용을 가르쳐도 누군가는 금방 이해하고, 누군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저는 제 방식만 고집하기보다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다른 지도자들의 수업 방식도 참고하고, 새로운 훈련 방법도 공부합니다. 중요한 것은 제가 잘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회원들이 즐겁게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덕분에 탁구가 더 재미있어졌다”고 이야기해 줄 때 지도자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선수 시절에는 경쟁하는 법을 많이 배웠습니다. 이겨야 했고, 성적을 내야 했고, 늘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도자가 된 지금은 조금 다른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회원들이 실수를 하더라도 먼저 칭찬하고 격려하려고 노력합니다. 잘하는 사람보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더 큰 용기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예전보다 저는 칭찬을 더 많이 하는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말 한마디가 누군가를 계속 운동하게 만드는 힘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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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이 남해를 더 건강하게 만듭니다
남해는 생활체육이 굉장히 활성화된 지역입니다. 탁구만 해도 여러 클럽이 운영되고 있고, 각 지역마다 운동을 즐기는 분들이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도민체전이나 생활체육대축전에 참가하면 남해의 실력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생활체육은 건강만을 위한 활동이 아닙니다.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며 지역 공동체를 이어주는 역할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남해처럼 서로를 잘 아는 지역에서는 그 의미가 더욱 큽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분들이 부담 없이 체육관을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운동은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기기 위해 시작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그 시작으로는 탁구만큼 좋은 운동도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image ⓒ 남해로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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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마을
"남해 핫플이 모여있는 이곳을 자주 갑니다" |
남해군 탁구장
"관광객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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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움직인다는 건 단순히 운동을 한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음악에 맞춰 한 걸음 내딛고, 이웃과 함께 웃으며 같은 동작을 따라 하는 시간은 때로 사람들에게 건강보다 더 큰 힘이 되기도 한다. 남해 곳곳의 마을회관과 체육관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 뒤에는 오랫동안 군민들의 활력을 책임져 온 임혜정 생활체육지도자가 있다.
처음에는 자신의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었다. 하지만 좋아서 시작한 움직임은 어느새 직업이 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즐거움을 전하는 일이 되었다. 에어로빅과 건강댄스, 댄스스포츠를 통해 어린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만나고 있는 그는 운동의 가장 큰 가치를 ‘함께 웃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인터뷰는 몸을 움직이는 즐거움이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이 되었고, 또 남해 군민들의 건강한 일상을 만들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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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결국 사람을 웃게 만드는 일
처음부터 운동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20대 초반 건강을 위해 에어로빅 학원에 등록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여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운동을 하고 나면 몸이 가벼워지고 기분도 좋아졌습니다. 자연스럽게 수업을 기다리게 됐고, 더 배우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습니다. 그렇게 취미로 시작했던 운동은 어느새 제 삶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후 에어로빅 지도자로 활동하며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고, 댄스스포츠까지 전문적으로 배우게 되었습니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선수 생활도 하면서 운동을 직업으로 삼게 됐습니다. 진주에서 스포츠센터 지도자로 활동하던 중 2005년 남해군체육회와 인연이 닿았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생활체육지도자로 군민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댄스스포츠를 비롯해 건강댄스, 에어로빅, 다이어트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남해 곳곳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image ⓒ 남해로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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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는 제게 활력을 주는 언어입니다
저에게 춤은 단순한 운동 종목이 아닙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활력’에 가깝습니다. 제가 즐거워야 수업을 듣는 분들도 즐거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수업을 할 때는 동작 하나를 가르치는 것보다 밝은 에너지를 나누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음악이 흐르고 사람들이 함께 움직이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금세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분들도 어느 순간 웃으면서 따라 하고, 수업이 끝난 뒤에는 얼굴이 한결 밝아져 있습니다. 회원분들이 “몸도 가벼워지고 기분도 좋아졌다”고 이야기할 때면 저 역시 큰 힘을 얻습니다.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주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운동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image ⓒ 남해로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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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없던 프로그램이 입소문으로 가득 차기까지
처음 건강댄스 프로그램을 시작했을 때는 지금과 많이 달랐습니다. 참여하는 분들이 많지 않았고, 건강댄스라는 이름 자체가 낯선 분들도 많았습니다. 직접 홍보를 하고 신문 광고도 내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을 모아야 했습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많은 분들과 함께 운동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수업을 이어가다 보니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운동을 경험한 분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셨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참여자가 점점 늘어났습니다. 지금은 남해 곳곳에서 많은 분들이 함께 운동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쌓여온 신뢰와 참여자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남해 군민들은 특히 끈기가 강합니다. 한번 시작하면 쉽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참여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또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 성장하는 분위기도 좋습니다. 그런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생활체육이 단순히 운동을 넘어 사람을 연결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주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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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따라올 수 있어야 좋은 운동입니다
건강체조교실은 어린 학생부터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참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무리 없이 따라올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같은 동작이라도 연령과 체력에 따라 느껴지는 강도가 다르기 때문에 항상 참여자들의 상태를 먼저 살피게 됩니다.
안무를 구성할 때도 복잡하거나 어려운 동작보다는 반복적이고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동작을 중심으로 만듭니다. 운동 효과도 중요하지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야 오래 지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르신들은 “운동하러 간다”는 생각보다 “사람 만나러 간다”는 마음으로 오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수업 분위기를 즐겁게 만드는 것도 지도자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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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를 닮은 건강댄스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보물섬 건강댄스를 만들게 된 것도 그런 생각에서 시작됐습니다. 군민은 물론이고 남해를 찾는 관광객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건강체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으면서도 남해만의 밝고 건강한 이미지를 담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새로운 프로그램이라 낯설어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행사나 축제를 통해 함께 참여하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점차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지금은 남해를 대표하는 생활체육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게 되어 더욱 의미 있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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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생활체육이 특별한 이유
오랫동안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느끼는 것은 남해의 생활체육 참여율이 정말 높다는 점입니다. 축구, 탁구, 배드민턴, 건강체조 등 다양한 종목이 활성화되어 있고, 군민들의 참여 열정도 상당합니다. 각종 생활체육대회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고, 운동을 통해 건강과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남해는 규모가 크지 않은 지역임에도 체육시설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실내체육관과 공설운동장 등 다양한 시설을 활용해 누구나 쉽게 운동을 접할 수 있습니다. 생활체육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지역의 활력을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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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밥처럼 꼭 필요한 것
저는 늘 운동은 밥과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아무리 바빠도 밥은 챙겨 먹습니다.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특별한 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이라도 해야 하는 생활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해지고, 사람들과 어울릴 힘도 생깁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계속 군민들과 함께 운동하고 싶습니다. 특히 남해에서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모던댄스나 왈츠 같은 종목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운동은 잘하는 사람만의 것이 아닙니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도, 나이가 많은 사람도 누구나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생활체육은 결국 일상 속에서 건강과 즐거움을 찾는 일입니다. 그리고 저는 앞으로도 그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image ⓒ 남해로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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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실내체육관
"관광객도 참여가능한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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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운동을 건강을 위해 시작하고, 어떤 사람은 취미로 즐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운동은 삶을 이해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허남혁 대표에게 산과 요가, 그리고 트레일러닝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었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되었고, 지역을 이해하는 방식이 되었으며, 결국 지금의 삶으로 이끌어 준 길이 되었다.
연구자와 정책가로 여러 지역을 오가며 살아온 그는 결국 남해 상주에 정착했다. 산과 바다, 마을이 맞닿아 있는 이곳에서 삶전환연구소와 은모래책방을 운영하며 지역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산길을 달리고, 바다를 바라보며 몸을 움직인다. 이번 인터뷰는 기록을 위해 달리는 사람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살아 있음을 느끼기 위해 달리는 한 사람의 이야기다. 동시에 남해의 길과 풍경이 앞으로 어떤 가능성을 품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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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다 결국 남해에 닿았습니다
원래는 농업과 먹거리, 지역 정책을 연구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대학에서는 지리학을 공부했고, 연구원과 대학 강사, 공공기관 연구자와 행정가로 여러 지역을 다니며 일했습니다. 충청도와 대구, 창원 등 다양한 지역에서 살아봤지만 이상하게도 늘 지방 소도시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지역이 가진 풍경과 사람, 그리고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삶의 방식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경상남도에서 일하던 시절 경남의 다랑논 유산을 알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남해 상주와 인연이 생겼습니다. 상주는 제게 굉장히 특별한 장소였습니다. 산과 바다, 마을과 국립공원이 한 공간 안에 공존하는 곳이었고, 지리학을 공부했던 사람으로서도 매우 흥미로운 지역이었습니다. 여기에 지역 공동체 활동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과 만나게 되면서 결국 상주에 정착하게 됐습니다.
현재는 삶전환연구소와 은모래마을책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삶전환연구소는 농촌 활성화와 마을교육공동체에 관심 있는 스무 명의 주주들이 함께 만든 주식회사 법인입니다. 연구소가 본점이라면 은모래책방은 지역 주민과 여행자들이 만나는 작은 거점 같은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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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숨 쉬고, 결국 달리게 되었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어느 순간 산에 완전히 빠져버렸습니다. 단순히 등산이 좋았던 것이 아니라 산을 통해 국토와 환경, 지역 문제를 바라보게 됐습니다. 개발과 보존의 문제,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관심도 그때부터 시작됐습니다. 결국 전공도 바꾸게 됐고 이후의 삶 역시 자연스럽게 지역과 공간을 연구하는 방향으로 이어졌습니다.
20대에는 산이 제 삶의 중심이었습니다. 그리고 30대에는 요가를 만났습니다.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었지만 동시에 내면을 들여다보는 수련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요가를 하며 몸과 마음의 균형에 대해 배우게 됐고, 지금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40대 후반이 되어 러닝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로드 마라톤으로 시작해서 하프코스까지 완주하게 되었는데, 2024년 초 트레일러닝이라는 세계를 알게 됐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과연 내가 산을 뛰어다닐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image ⓒ 남해로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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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러닝은 가장 자유로운 이동 방식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러닝이라고 하면 기록이나 경쟁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저에게 달린다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트레일러닝의 매력은 빨리 가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을 내 몸으로 통과하는 경험에 있습니다.
산길을 달리다 보면 계속 뛰어야 한다는 강박도 없습니다. 뛰다가 걷고, 걷다가 다시 뛰기도 합니다. 오히려 한 마리 야생동물이 숲을 이동하듯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몸은 물론이고 마음도 자유로워집니다.
특히 저는 혼자 하는 운동들을 ‘동적 명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을 오를 때도, 요가를 할 때도, 트레일러닝을 할 때도 결국은 내면과 대화하는 시간이 됩니다. 하지만 트레일러닝은 거기에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자연 속에서 살아있음을 강하게 느끼게 해준다는 점입니다.
image ⓒ 남해로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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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따라가다 보면 지역이 보입니다
제가 트레일러닝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운동 때문만은 아닙니다. 좋은 풍경을 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산과 바다 같은 자연 경관도 좋지만, 사람이 만들어낸 문화적 경관, 특히 다랑논 같은 농업경관에 큰 관심이 있습니다.
트레일러닝을 하다 보면 오래된 마을길을 지나고, 작은 숲길을 통과하고, 농사를 지으며 만들어낸 풍경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 길 위에서 지역의 역사와 삶의 흔적을 발견하는 일이 참 즐겁습니다.
남해에 와서는 가까운 금산과 상주 주변을 주로 다니고 있고, 최근에 망운산과 호구산에 다녀왔습니다. 또 바래길 지킴이 활동을 하며 바래길을 오랫동안 걸어보기도 했습니다.
남해 최고의 유산은 다랑논과, 이를 떠받치는 석축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도 유럽도 계단식 논밭의 석축을 보전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남해 다랭이마을과 비슷한 풍경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친퀘테레 바닷가의 계단식 포도밭에서 손으로 농사짓는 포도농부들을 정부는 "영웅적 포도농사"로 칭송하며 지원하고, 지역사람들은 포도밭 사이길에서 트레일러닝대회를 열어서 계단식 포도밭의 가치를 널리 알립니다. 남해는 이제야 시작인 셈이죠.
image ⓒ 허남혁 대표 제공 (지난 5월 남해트레일러닝클럽 호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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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는 다시 연결될 가능성이 있는 마을입니다
상주는 한때 남해를 대표하는 관광지였습니다. 금산을 찾는 사람들이 상주를 거쳐 갔고, 해수욕장과 마을은 남해 관광의 중심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금산과 해변, 마을이 조금씩 분리되었고 예전만큼의 활력을 잃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산과 바다가 다시 연결되는 상주를 상상합니다. 바다에서 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Sea to Summit’ 챌린지 개념으로 트레일러닝이나 트레킹을 즐기고, 금산과 상주바다, 상주마을의 생태계를 한 덩어리로 바라보고 돌보는 것입니다. 상주가 가진 자연환경과 역사, 문화 자원을 새로운 관점으로 연결한다면 충분히 또 다른 가능성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주는 지금도 산과 바다를 모두 품고 있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그 가치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발견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image ⓒ 남해로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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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 속 러닝 문화입니다
지난해 팜프라촌 트레일러닝 행사에도 참여했습니다. 전체 코스는 일주일 동안 250km를 달리는 프로그램이었고 저는 일부 구간을 함께 뛰었습니다. 올해는 코스를 나눠 한 달에 한 번씩 달리는 트레일러닝 모임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대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회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길을 걷고 달릴 수 있는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지역 주민들이 즐기고, 여행자들이 찾아오고, 다시 지역과 연결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일본에는 지역 주민들이 그 지역의 가치를 전달하며 미래세대와 함께 운영하는 트레일러닝 문화가 잘 자리 잡혀 있습니다. 남해도 그런 방향으로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대회는 하루로 끝나지만 문화는 계속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image ⓒ 허남혁 대표 제공 (2025년 봄 제주국제트레일러닝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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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저는 상주에서 자연과 지역을 연결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러너들을 위한 거점 공간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짐을 맡기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 지역 정보를 얻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 같은 것들입니다.
책방 역시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여행자와 주민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장소가 되었으면 합니다. 더 나아가 외국인 여행자에게도 동네를 소개하고, 러너들에게 쉼터가 되고, 지역 이야기가 모이는 거점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결국 제가 좋아하는 것은 산도, 러닝도, 책도 아닐지 모릅니다. 사람과 지역, 그리고 자연이 조금 더 건강하게 연결되는 모습을 만드는 일. 지금도 그 길을 따라 천천히 달려가고 있습니다.
image ⓒ 남해로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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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모래마을책방
"러너들을 위한 책들이 마련되어있습니다" |
마을빵집동동
"건강하고 맛있는 빵을 만들고 판매하는 곳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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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운동은 건강을 위한 습관이고, 누군가에게는 취미나 여가 활동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 운동은 삶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김주현에게 달리기는 그런 존재였다. 특별한 목표를 위해 시작한 것도, 운동을 좋아해서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삶이 가장 흔들리던 시기에 우연히 신은 운동화 한 켤레가 지금의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시작이 되었다.
남해에서 살아가며 그녀는 달리기를 통해 자신을 다시 만났다. 처음에는 2km도 버거웠지만, 어느새 트레일러닝 대회에 도전하고 남해 250km 프로젝트를 함께 기획하며 사람들과 남해의 길을 연결하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그가 이야기하는 운동의 진짜 의미는 기록이나 완주에 있지 않다. 오늘 하루를 포기하지 않고 살아내는 힘, 그리고 작은 성취를 통해 스스로를 믿게 되는 과정에 더 가깝다. 이번 인터뷰는 남해의 길을 달리며 자신만의 속도로 삶을 다시 만들어가고 있는 한 청년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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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남해에서 살아가고 있는 김주현이라고 합니다.
요즘 자기소개를 해달라는 질문을 받으면 잠시 생각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무엇을 만드는 사람인지 비교적 쉽게 설명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한동안은 직업이 곧 나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일을 내려놓고 나니 오히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처음부터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남해에서 강아지와 산책하고, 꾸준히 운동하고, 잘 먹고 잘 자려고 노력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라고요.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지를 천천히 들여다보고 있는 시간에 가깝습니다.
예전에는 무언가를 이루고 인정받는 것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김주현이라는 사람 자체를 알아가는 일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아직도 답을 찾는 과정에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건강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image ⓒ 남해로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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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원래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어요. 달리기를 시작한 것도 건강 때문이 아니라 삶이 무너지고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공방을 운영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술에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더라고요. 그 모습을 본 단골손님 한 분이 “그냥 운동화 신고 밖에 나가서 뛰어보라”고 이야기해 주셨어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다음 날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처음에는 2km도 제대로 뛰지 못했습니다. 걷다가 뛰고, 또 쉬기를 반복했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집으로 돌아왔을 때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다음 날도 나가고 싶었고, 그 다음 날도 나가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달리기가 제 삶으로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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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하면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특히 트레일러닝 장거리 대회에 나가면 중간에 정말 많이 흔들립니다. 너무 힘들어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그냥 포기할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습니다. 그냥 한 걸음만 더 가보자고 생각합니다. 5km만 더 가보자, 저 언덕까지만 가보자, 저 나무까지만 가보자. 그렇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결승선에 도착해 있더라고요.
그 경험이 반복되면서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결국 지나가는 감정이라는 것입니다. 지금 힘들다고 해서 영원히 힘든 것은 아니고, 지금 멈추고 싶다고 해서 반드시 멈춰야 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운동은 저에게 감정을 다루는 법을 알려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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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시작한 뒤 남해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습니다. 차를 타고 지나갈 때는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계절마다 달라지는 들판의 색, 해가 뜨는 시간에 가장 아름다운 마을, 비 오는 날 더 선명해지는 숲길 같은 것들 말입니다.
특히 작년에 팜프라촌에 속해 남해 250km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그런 경험을 더 많이 했습니다. 바래길을 따라 걷고 뛰고, 산과 산을 연결하는 길을 찾고, 새벽마다 코스를 확인하며 남해를 다시 만났습니다. 몇 달 동안 코스를 개발하며 느낀 것은 남해가 생각보다 훨씬 넓고, 아름답고, 다양한 얼굴을 가진 곳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같은 장소라도 아침에 보는 풍경과 저녁에 보는 풍경이 다르고, 비 오는 날과 맑은 날의 모습도 전혀 다릅니다. 두 발로 이동해야만 만날 수 있는 남해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image ⓒ 김주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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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좋아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남해의 길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차로 지나갈 때는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두 발로 이동할 때는 전혀 다르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시금치 레이스와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남해를 찾아온 사람들이 걷고 뛰며 지역을 경험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해를 한 바퀴 온전히 달려보면 어떨까?” 하루 이틀 여행으로는 다 볼 수 없는 남해를 걷고 뛰며 천천히 만난다면 분명 다른 경험이 될 것 같았습니다. 마침 팜프라의 유지황 대표와 함께 남해 곳곳을 뛰어다니며 코스를 답사하던 시기였고, 그렇게 남해 250km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몇 달 동안 바래길을 따라 걷고, 산길과 해안길을 연결하며 코스를 만들었습니다. 새벽마다 만나 함께 달리고, 지도를 펼쳐 새로운 길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남해 250km는 단순한 러닝 프로젝트가 아니라 남해를 가장 깊이 만나는 여행이자 도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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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km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람들입니다
남해 250km 프로젝트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사실 거리가 아닙니다. 함께 달렸던 사람들입니다.
6박 7일 동안 남해를 한 바퀴 도는 일은 결코 쉬운 도전이 아니었습니다. 긴 휴가를 내고 참여한 분들도 있었고, 일을 마친 뒤 매일 오가며 프로젝트를 이어간 분들도 있었습니다. 스태프들 역시 새벽부터 밤까지 참가자들이 안전하게 달릴 수 있도록 함께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프로젝트를 진심으로 받아들였던 사람들의 태도입니다. 모두가 각자의 이유로 이 도전에 참여했지만, 그 시간만큼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힘든 순간도 있었고 예상치 못한 변수도 있었지만 결국 서로를 응원하며 끝까지 함께했습니다.
그래서 남해 250km는 누군가의 기록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만들어낸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합니다. 혼자였다면 절대 완성할 수 없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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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달리기는 기록을 남기는 일보다 사람과 지역을 만나는 일에 가깝습니다. 물론 완주나 성취도 의미 있지만, 제가 좋아하는 달리기는 조금 다른 곳에 있습니다.
누구보다 빨리 달리는 것보다 누구와 함께 달리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연 속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지역을 경험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과정이 더 즐겁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운동이 경쟁만을 위한 문화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남해에도 그런 움직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고요. 대회도 좋지만 일상적으로 함께 걸을 수 있고, 함께 달릴 수 있고, 함께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문화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image ⓒ 남해로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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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운동을 시작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사실 특별한 조언은 하지 못합니다. 운동은 결국 스스로 시작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가 경험한 한 가지는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운동은 작은 성취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오늘도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간 것, 어제보다 조금 더 걸은 것,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낸 것. 그런 작은 경험들이 쌓이면서 결국 자신에 대한 믿음을 만들어 줍니다.
요즘 저는 운동뿐 아니라 일상을 그렇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강아지와 산책하고, 밥을 잘 챙겨 먹고, 운동을 하고, 일기를 쓰고, 하루를 성실하게 보내는 것. 그런 사소한 행동들이 결국 지금의 저를 만들고 있다고 믿습니다.
앞으로도 남해에서 사람들과 함께 걷고, 뛰고, 자연을 즐기는 일들을 계속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일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성과가 아니라 경험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저 자신을 잃지 않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image ⓒ 남해로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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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길 본선 7번 화전별곡길
(천하마을-남해힐링숲 일부구간)
"편백향 맡기 좋은 강아지와 자주 가는 달리기 코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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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길 본선 16번 대국산성길
(설천면행정복지센터-대국산성 일부구간)
"대국산성까지 이어지는 숲길이 멋진 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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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만난 네 사람은 모두 다른 종목을 하고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같은 이야기를 했다. 운동은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인 동시에 사람을 만나고, 자신을 돌아보고, 삶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드는 시간이라는 것.
꼭 대단한 목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늘은 조금 더 걷고, 주말에는 가까운 산길을 걸어보고,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운동을 한 번 시작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남해의 좋은 풍경을 가장 가까이 만나는 방법 역시 결국 두 발로 움직여 보는 일이니까.
이번 주말, 잠시 휴대폰을 내려놓고 몸을 움직여 보는 건 어떨까. 생각보다 좋은 풍경과 기분이 그 길 위에서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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