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의 시즌을 만들어 가는 건데요. 주로 어르신들 사진을 찍어드리고 있습니다.
슬프게 생각할 수 있지만 영정사진이 필요한 어르신들이 있어요. 영정사진이라 하면 보통 딱딱한 분위기가 떠오르는데 저는 한 사람의 인생을 담아내는 사진이라면 일상에서 자연스러운 내 모습이 보여 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스튜디오가 아닌 마을을 직접 돌아다니며 어르신들을 만나고 있어요. 아무래도 남해 출신이다 보니 사투리 쓰면서 어르신들과 대화하면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죠. 경직되지 않고 편안한 모습, 그리고 배경이 우리 집 담장이나 마을 어귀의 모습이라면 그게 바로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그런 사진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Q. 참 의미 있는 시즌을 만들어 가고 계시네요, 어르신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아무래도 사진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이니까 쑥스러워하면서 또 고마워하시죠.
사실 이 일은 좋아서 시작했다기보다 남을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했어요.
머리가 많이 아팠었거든요, 소뇌가 제자리를 못 잡고 뇌척수액을 막는 희귀질환이었어요. 그냥 아픈 게 아니고 정말 죽을 만큼 아팠어요. 지금은 수술을 통해 다행히 사진을 찍는데 큰 불편함이 없지만 그땐 삶을 송두리째 흔들 만큼, 정말 포기하고 싶을 만큼 아팠던 경험이었어요.
큰 수술을 마친 후 다시 카메라를 들었을 땐, 마치 인생을 한 번 더 사는 기분이었어요.
그때 다짐했죠. “내 인생 앞으로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자” 고향 남해로 가서 봉사하며 살 것이라고 다짐했어요.
그렇게 시작된 게 남해를 기록하고 어르신 사진을 찍어드리는 봉사하는 일이에요.
애틋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요. 여기 벽에 걸려있는 이 할아버지 사진이요. 어느 날처럼 남해를 돌아다니다가 집 앞 담장에서 사진을 찍어드렸어요. 깜빡하고 주소를 여쭤보지 못해 사진을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가 느낌이 너무 좋아서 사진관 벽에 걸어두고 있었죠.